코스는
'백제문화길'의 일부 구간으로,
무령왕릉과 왕릉원, 국립공주박물관,
고마나루 순입니다.
출발지는 무령왕릉과 왕릉원입니다. 금강 남쪽 구릉 경사면에 위치한 이곳은 백제 웅진기(475~538) 왕실 무덤군입니다. 백제 25대 왕인 무령왕과 왕비의 무덤인 무령왕릉을 비롯한 7기의 무덤이 정비돼 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매표소에 도착해 보니,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은 방문객이 많이 보였어요. 삼국 중에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진 유일한 곳이기에 공주 여행을 오신 분이라면 꼭 들러보시길 추천해 드려요. 사전에 백제 역사와 무령왕릉이 지닌 가치를 알고 방문하시면 '옛날 무덤'에서 그치지 않고 흥미롭게 관람하실 수 있을 거예요.
평소라면 매표소를 지나 전시관 쪽으로 이동했을 텐데요, 일 년에 몇 번씩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고 오늘은 방문 목적이 달라서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난 보행로 쪽으로 이동해 봤습니다. 볕이 좋아서인지 두꺼운 옷차림을 하신 분들이 벤치에 앉아 쉬고 계신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백제연못이 보이는 풍경
멀리에는 '백제연못'이 보였습니다. 무령왕릉과 왕릉원 남쪽에 조성한 백제연못은 부여에 있는 백제시대 사찰인 정림사지의 연못을 재현한 곳이에요. 6월 말~7월이면 2020년 5월 일본에서 이식한 '오가하스 무령왕연꽃'이 피어납니다. 무령왕연꽃으로 불리는 이 연꽃은 2천 년 전의 연꽃씨를 발아시킨 것으로, 교류 중인 한·일 민간단체에서 추진하여 이곳에서 꽃을 피우게 되었답니다.

무령왕릉과왕릉원 모형 전시관 출구 풍경
백제연못이 보이는 곳을 떠나 당도한 곳은 전시관 출구 쪽입니다. 출구에서 위쪽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6호분, 5호분, 무령왕릉, 1~4호분이 있습니다. 내부 입장이 안 되기 때문에 전시관을 둘러본 뒤 무령왕릉과왕릉원의 관람을 끝내는 방문객이 많은 편인데요, 시간 여유가 있으면 1일 6회(11월~1월은 5회) 진행되는 문화해설을 듣고 꼭 실물의 고분군을 돌아보시면 좋을 듯해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직접 봐야 자세히 알게 되고 오래 기억될 게 틀림없거든요.

발굴 작업 중인 1~4호분에서 내려다본 무령왕릉

송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무령왕릉과 왕릉원'
1~4호분을 돌아보고 무령왕릉과왕릉원이 자리한 송산(宋山) 정상부에 다다르게 됩니다. 전망대에 서면 백제 웅진기 왕궁 추정지인 '공산성'과 일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전망대에서 우측으로 더 걸어가면 정지산(艇止山)유적이 나오는데요, 이곳은 백제의 국가적인 제사시설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무령왕릉과왕릉원을 둘러보고 나서 국립공주박물관으로 이동할 예정이어서 아쉽게도 이날 정지산은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무령왕릉과 왕릉원 숲길
무령왕릉과왕릉원 전시관에서 돌아서지 않고 고분군을 돌아보신 분들은 이날 근사한 선물을 받으셨을 텐데요, 햇빛을 받은 단풍잎들이 눈부신 자태를 뽐내고 있었거든요. 낙엽이 쌓인 길 위를 걸으며 눈을 뗄 수 없는 늦가을 풍경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이런 데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모녀로 보이는 분들이 나란히 걸으며 나누는 말소리가 들리던데요, 아름다운 풍경에 최고의 찬사를 이렇게 표현하신 듯했어요.

숭덕전(崇德殿)

숭덕전에서 국립공주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오길
숲길을 돌아 나오면 숭덕전이 보이는데요, 이곳은 백제 웅진기 5대 왕(을 추모하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숭덕전 좌측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국립공주박물관이 나타납니다. 주차장으로 가려다 인적이 드문 이 길에 들어선 분들은 뜻하지 않게 가을 정취를 제대로 만끽하셨을 것 같아요.

관풍정(국궁장) 전경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국립공주박물관 후문이 있는 지점에 다다르면, 공주한옥마을과 관풍정을 한눈에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제가 무령왕릉과왕릉원에서 정지산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지요. 다만, 최근 공사 중에 있어서 차량은 물론이고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통행에 제한이 있습니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로 보이니 조만간 통행이 가능해질 듯합니다.
2. 국립공주박물관

무령왕릉과왕릉원에서 이동한 곳은 국립공주박물관이에요. 2004년 5월, 공주시 웅진동에 건물을 신축하고 현재의 충청남도역사박물관에서 이전해 왔습니다. 공주를 비롯한 충청남도 일원에서 출토된 중요 유물을 보관·전시하고 있으며, 내년 2월 9일까지는 특별 전시 '상상의 동물 사전-백제의 용'이 열리니 참고해 주세요.

수호의 정원 내 장명원 전경
국립공주박물관 본관 앞에는 야외 전시장이 있습니다. 최근 재정비를 갖추어 수호의 정원을 조성했는데요, 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14점을 포함한 석조문화유산 30점이 전시돼 있습니다. '수호의 정원'은 깨달음의 쉼터, 장명원, 석수(石獸)의 숲, 별서정원(別墅庭園)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립공주박물관 수장고
'수호의 정원' 안쪽에는 충청권역수장고가 있습니다. 발굴 조사된 문화유산을 보관·관리하기 위해 2021년 건립된 곳이에요. 충청지역 국립박물관(공주· 부여· 청주박물관)이 함께 사용하는 권역수장고입니다.

수호의 정원 내 별서정원(1)

수호의 정원 내 별서정원(2)
이날은 박물관의 상설전시관, 특별 전시실과 충청권역수장고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이미 여러 차례 돌아봤기에 그보다는 새로 조성된 '수호의 정원'내 별서정원에 관심이 쏠렸거든요.
별서정원에 올라 보니 곳곳에 쉼터가 조성돼 있었어요. 박물관 전체가 내려다보여 그 점도 맘에 들었고요. 통행로 오른편의 낮은 전망대가 보이시나요? 그 뒤편에는 옛날 무덤 양식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산책만 계속할 의향이라면 옆으로 새지 말고 포장된 통행로만 따라 걸으시면 됩니다.

수호의 정원 내 별서정원(3)

11월에 만난 단풍잎
별서정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붉게 물든 단풍이 별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손 타지 않아 나무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감과 모과가 단풍과 어우러진 경관은 가을 정취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했어요. 국립공주박물관에 왔는데, 갑자기 정지산을 꼭 가 보고 싶다면 지역민들도 자주 이용하는 박물관 뒤편의 등산로를 경유해 갈 수 있습니다. 만, 여행자 특히 초행인 분들은 코스보다는 명소 안에서 가볍게 산책하듯 걸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3. 고마나루

관풍정(국궁장) 담장의 대각선 방향에 고마나루가 자리한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마지막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고마나루'입니다. '고마나루(곰나루)'는 인간을 사랑한 암곰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옛 나루터입니다. 무령왕릉과왕릉원에서 국립공주박물관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난 오솔길을 기억하시나요? 고마나루는 오솔길에 볼 수 있었던 국궁장 너머 금강변에 있습니다.
고마나루는 자생한 700여 그루의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솔밭길로도 이름난 곳입니다. 계절마다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으며, 맑은 공기를 제공하고 있어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입니다.

2024년 연말까지 고마나루 솔밭길 정비 사업이 진행된다.

고마나루 곳곳에 마른 솔잎과 솔방울이 수북이 떨어져 있다.
소나무 보호 차원에서 현재 솔밭길 나무 사이 골라내기(수간 솎기) 및 4대강 사업 때 금강변에 심은 소나무 130여 그루의 가지치기(하지 전정)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작업은 연말까지 이어진다고 해요.
그 때문인지 솔밭길을 걷다 보니 유난히 솔방울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상태가 좋아서 집에 가져가서 가습기 대신 쓸까도 생각했는데, 자연에 양보하는 게 맞다 싶어서 욕심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려 봤습니다.

작은 돌탑이 쌓인 곳에서 전설 속 암곰의 넋을 기리고자 세운 곰사당이 보인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면 보이는 돌탑이 이곳에 없을 리가 없겠지요. 소나무 전지 작업 덕에 전보다 눈에 잘 뜨인 듯합니다. 돌탑뿐만 아니라 소나무 속에 숨어 있던 커다란 은행나무도 제 모습을 오롯이 보여준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감춰져 있던 보물(?)들을 지켜보면서 고마나루 소나무들이 전보다 튼튼하게 자라서 다시금 예전 경관을 되찾을 그날을 기다려 보겠습니다.

고마나루 수신단 인근에서 조망한 금강
중간에 잠깐 경로 이탈을 하기는 했지만, 해질 무렵까지 공주시에서 엄선한 '공주 원도심 걷고 싶은 길' 중 백제문화길을 걸어봤습니다. 일반적인 여행 일정으로는 경험하기 어려울 듯하고요, 테마 여행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럿이 움직이거나 1박 이상을 예상한다면 짧은 구간이라도 도전해 보셨으면 해요.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라며 부러워하는 시선도 꼭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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