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옛공주읍사무소에 들려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고(故) 윤여헌 교수 기증 기록물 전시회'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전시회의 이름은 <어느 법학자의 공주 향토사 愛>라는 전시로, 공주대학교 공주학연구원에서 주관한 전시입니다. 고 윤여현 교수의 '공주 향토사' 연구 관련 기증 기록물 약 100여 점을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하고 값진 전시회였습니다.


윤여현 교수님은 공주향토학 연구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지난해 그동안 소장했던 중요기록물 약 3,600여 점을 공주대학교에 기증하셨다고 합니다. 이에 공주학연구원은 윤 교수님의 서거 1주년을 맞아 공주 향토사 연구 발전에 끼친 영향력과 기증된 기록물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회가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시 초반부의 사진들이 꽤나 인상 깊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많은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꽤나 흥미롭게 다가올 부분인데요. 특히, 일제강점기의 말 그리고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윤 교수님이 입학하고 졸업했던 옛 공주의 학교 사진들은 애무 흥미롭고 신기한 사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공주 신사참배 기념사진이라든지 혹은 당시 국민학교 졸업사진이나 중학교 입학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 외에도 공주시는 '공주'라는 고장에 대한 향토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역사에 대해 진심으로 연구하고 이를 또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잘 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개관한 영명 학교의 [공주 독립운동 기념관]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공주 향토학 연구의 산증인이자 선구자였던 윤여현 교수님의 일대기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옛 공주읍사무소 1층에 자세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옛 공주읍사무소의 1층은 오래된 건물의 내부를 그대로 보존해두어 이러한 역사적인 전시를 기획함에 있어서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학창 시절과 대학생활, 꽃다운 나이에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매우 잔혹하기만 했네요. 일제강점기와 태평양전쟁, 한국전쟁이 연이어 발발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지만, 배움의 끊을 놓지 않고 법학도로의 길을 우직하게 걸으셨습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는 곧장 고향인 공주로 내려와 공주고등학교의 독일어 교사로 부임하게 됩니다. 이후 공주사범대학 교양 독일어 강사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윤 교수님은 투철한 민주적 신념을 가지고 활동하던 차 군사정권에서의 교직 해임, 감옥살이, 중앙정보부의 요 주인물 감시 대상이 되는 등 숱한 고초를 겪으셨네요.




본격적인 '공주 향토사'의 연구 이전에도 교수님은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자신만의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공주고등학교와 공주사범대학교의 제자들과도 많은 활동과 함께 사적지 탐방 등 매우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연구에도 많은 매진을 하셨고, 공주대학교 학보 제작을 비롯하여 다양한 논문 제작에도 열정을 다하셨습니다.


본격적인 공주시의 향토사 연구는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기점으로 왕성하게 실행하셨는데요. 예를 들면 공주지방의 동계에 대한 연구, 공주 금강 8경, 공주목 이액견차 임과분등 전수마련절목 같은 주제를 가지고 공주사대 논문집과 인문과학 교과서 등의 집필에 힘을 보태셨습니다.


특히 '공주하면 백제, 또 백제하면 공주'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하신 분으로도 유명합니다. 백제 외의 역사에 대한 연구가 소홀했다는 점을 지적하시며 고려부터 조선, 그리고 일제강점기까지 국내에서 행정중심지의 역할을 했던 숨겨져있는 공주의 역사를 재조명하기도 하였습니다.



교수님이 기증하신 향토학 연구 자료들은 이렇게 소중하게 다루어져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공주시의 향토학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열정을 쏟으셨는지 알 수 있는 대목들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지금도 교수님의 제자들이 왕성히 활동하고 있고, 실제 전시가 개최된 당일에는 교수님과 인연을 맺었던 유명한 연사 6명이 참가하여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교수님의 귀중한 자료를 이렇게 '감성적인 사진'으로 담아오는 게 맞나 싶을 정도였는데요. 특히, 또, 일본의 공주 향토회 모임이었던 공주회(公州會)와 교류하면서 2008년 아메미야 히로스케로부터 328점의 유물을 기증받기까지 그와 나누었던 서신들이 공개되었으며. 이 밖에 그가 생전에 남긴 구술 채록 영상을 통해 윤여헌 교수가 기억하는 근대 공주의 거리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영상도 특별히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공주 유적지도, 그리고 교수님의 기억 속 공주 시가지의 모습이 모형으로 탄생한 코너도 있었습니다. 원래 옛 공주읍사무소에도 이런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교수님의 기억 속 모형이 기존 전시되어 있던 모형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옛 공주가 번화했던 시기의 구체적인 표현도 꽤 인상 깊지요? '본정통'은 말 그대로 중심가, 혹은 번화가를 뜻합니다.



이번 전시를 다녀오면서, 공주시 향토사 연구의 산증인과도 같았던 윤 교수님의 일대기도 흥미로웠지만, 오로지 고향 공주를 위한 헌신적인 교육 활동과 연구활동 등의 공헌이 있었기에 공주 지역사의 발굴과 연구가 지금도 풍성하게 계속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젠 고인이 되신 윤 교수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국내 가볼만한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를 대표하는 야구선수 박찬호를 기념하는 박찬호 기념관에 가보았습니다. (1) | 2023.01.18 |
---|---|
등산 초보자도, 데이트코스로도 좋은 전주의 대표산 건지산 방문후기와 소개~ (0) | 2023.01.17 |
충북 제천에서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하소천의 거의 무료 자연 얼음썰매장을 소개드려요! (0) | 2023.01.13 |
충북 증평에서 가볼만한 독립운동가 연병호의 항일기념관에 방문후기 입니다. (0) | 2023.01.11 |
한옥과 주변이 아름다워서 자꾸 사진찍게 되는 공주의 명탄서원에 다녀왔습니다. (1) | 2023.01.10 |